[타운늬우스][사냥] 취향, 재료가 되다.


첫번째 사냥_ 취향, 재료가 되다. 


우리는 각자 자신들만의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공간을 한 군데쯤은 간직하고 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몰래 쌓아두는 곳, 내일은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곳. 

혹은 비온 날 퇴근하고 집에 가는 눅눅한 버스 안, 공공도서관 열람실 구석진 자리일 수도 있다. 

그렇게 공간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추억 상자 이기도 하다.


내가 일하는 유니언타운은 과거 직업 학교였던 오래된 건물을 큰 철거공사 없이 리노베이트한 복합공유공간이다.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매력을 느껴 ‘오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다. 

공간에 머물고, 분위기를 느끼며, 그들의 기억 속 작은 한 켠에 남아 다시 찾게끔 만드는 것이 ‘공간디자이너’인 내가 유니언타운에서 하는 일이다.


당산을 찾은 내 친구 수진이와 식사라도 할 겸 들른 건너편 규동집에는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앉은 이 규동집은 꼭 '심야식당' 을 연상하게 했다. 

이 집이 매력적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반지하에 툭 던져놓듯 박혀있는 이 집의 ‘위치’와 ’사장님의 목소리’였다. 

‘도대체 어떤 세월의 풍파를 겪고 살면 저런 목소리와 얼굴일까?’

연신 가게에서 사장님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수진이와 나는 한참동안 사장님에 대해 상상했던것이다. 

거칠기만 하지 않은, 왠지 "아저씨" 하고 말을 걸어보고 싶게끔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규동집을 나온 우리는 유니언타운 1층에 있는 카페설리번으로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인싸’와 ‘아싸’ 가리지 않고 공간에 모여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나는 수진이의 질문에 그 해답을 ‘취향’과 공간에 담긴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공간 디자인이 단순히 인테리어만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것이 공간에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주 소비자층인 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독립적이고 개인적이고 다양하며 독특한 문화를 추구한다. 

이들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많은 정보들 속에 노출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유행이 지났거나, 익숙하고 식상한 공간 디자인은 그들의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더욱이 작은 내 방의 인테리어가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라면,

브랜드 철학이 녹아있는 ‘맥락있는 사연’과 ‘이유있는 취향’을 공간에 담아내는것이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나는 사실 ‘외적취향’이 딱히 많지 않다. 

파리 유학 시절, 가장 취향이 차고 넘칠 때 살인적인 집세와 재료비,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입는 것, 즐기는 것들의 취향을 참아내던 시절이 길었던 탓인지 이제 사실 나는 외출할 때 무엇이든 걸쳐도 별 상관 없이 다닌다. 

‘외적 취향’은 별로 흥미 없지만, 뭐랄까 ‘내적 취향’은 우리엄마 말에 의하면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한다. 

‘내적취향’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 그런것이다. 

새벽 두 세시쯤 바깥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한 때가 오면, 그때부터 작업에 집중한다.

그러다 동틀 때 쯤 버스 첫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뭔가 퍼석하게 말라 있는 얼굴의 촉감이 재밌어서 계속 만지게된다던가 하는 행동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적 취향이란것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연들에서 비롯된것이고, 

그것을 외부로 매개체를 통해 기능과 전략의 융합을 통해 발화시키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런 점에서 ‘공간’은 그 사연들을 간접적으로 노출시키는데에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 중 하나인것이다. (나는 직접적인것은 뭔가 부끄럽다.)


프랑스에서 낡고 오래된 건물 맨 꼭대기층에서 산 적이 있다.

다락방이라 나무로 된 천장이 집 반을 차지 하고 있었고 그 지붕에 큰 창이 있어 볕이 아주 많이 들었다. 

나는 낮이 긴 계절 오후 다섯시 반 쯤 해가 뉘엿하게 넘어가며 방안에 노란 빛이 가득 찰 때

쇼파에 솜이불을 깔고 누워있는것이 좋았다. 조용한 냉장고 가동 소리만 나고,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것 같던 적막함이 좋았다. 

설리번은 내가 느꼈던 ‘노란 다락방의 오후’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누군가 설리번의 공간에서 ‘오후’를 느낄 수 있었다는 문장을 읽고 가슴이 저릿할 만큼 뿌듯했던것같다. 

굳이 글로 써 놓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디자이너의 의도를 알아 챌 때,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공간에 취향을 불어넣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공간 특유의 향기, 음악 소리의 위치, 빛, 촉감, 동선, 스텝의 ‘에티튜드’ 까지도 공간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공간에 들어 선 순간, 사용자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자극 하게 하는것이 공간이 가진 힘 이다.


유니언타운을 기획할 때 브랜드전략실이 고민했던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었다.

브랜드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설계와 편리성, 기능성 등을 고려한 '편안함'.

나아가 소비자들의 감성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진정성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취향'에 만족하고, 이 곳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지금, 하루에도 수 백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즐기기 위해 유니언타운을 찾고 있다.

(그들을 바라 보는 지금이 나의 내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순간이다)